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788318?sid=102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아청법상 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지난해 12월 사건을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2년 8~9월 강원 강릉시 한 건물 여자화장실에 카메라를 몰래 설치해 47차례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성인 여성 외에도 미성년자가 용변을 보는 장면도 찍었다. 검찰은 그에게 성폭력처벌법상 불법촬영(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는 물론, 아청법상 성착취물 제작·배포 혐의를 적용했다. 피해자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데 더해 미성년자 촬영 부분은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1심은 전부 유죄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용변 장면이 '일상생활' 범주에 속한다는 점을 근거로 미성년자가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 24개에 대해선 불법촬영은 맞지만 성착취물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미성년 피해자들이 신체 노출로 수치심을 느낄 수는 있을지라도 촬영물에는 화장실을 그 용도에 따라 이용하는 장면이 담겨있을 뿐이라, 아청법상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 등을 일으키는 '음란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미성년자가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노출하면서 '음란한 행위'를 해야 성착취물 제작·배포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미성년자 여성기숙사를 몰래 찍은 촬영물을 소지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 대법원 판결이 근거였다. 이 판결은 옛 아청법상 '음란물' 소지를 적용했다.
당시 대법원은 "미성년자가 일상생활에서 신체를 노출했더라도 몰래 촬영하는 방식으로 성적 대상화했다면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라며 "적극적인 성적 행위가 없었더라도 (해당) 영상은 음란물에 해당한다"고 처음 판결했다. 미성년자를 잠재적 성범죄로부터 보호하려면 성적 대상화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옛 아청법상 음란물은 미성년자 성착취를 의미하는데도 가볍게 해석된다는 이유로 현행법에선 '성착취물'이라는 표현으로 수정됐다. 결국 A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이 사건의 법리를 재확인한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