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모임에서 ‘떡을 치다’라는 관용구가 등장하자 그 뜻을 오해해 분위기가 싸해졌다는 사연이 온라인에 전해지며 갖가지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심심한 사과’에 이어 또다시 문해력 논란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31일 온라인에서는 네티즌 A씨가 지난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이목을 모았다. A씨는 “‘~정도면 떡을 친다’는 말이 원래는 그 정도 곡식이 있으면 떡을 빚고도 남겠다는 말이지 않나”라며 “얼마 전 모임에서 누가 ‘이 정도면 떡을 치죠’이랬는데 사람들이 부자연스럽게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분 민망할 것 같아서 ‘자자, 다 같이 머리 씻는 시간을 갖죠’라고 말했더니 다들 ‘푸하하’ 웃어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떡을 칠 정도다’라는 말을 누군가가 모른다고 해서 기겁하진 말자”고 덧붙였다.
네이버 사전과 국립국어원 한국어 기초사전 등에 따르면 ‘떡을 치다’라는 관용구는 ‘양이나 정도가 충분하다’라는 의미다. 이를테면 “이만큼이면 우리 식구 모두가 다 먹고도 떡을 치겠다” “이 정도 돈이면 떡을 치고도 남습니다” 등 표현으로 응용해 쓸 수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추가적인 의미도 소개했다. ‘남녀가 성교하는 모습을 속되게 이르는 말’ 혹은 ‘어떤 일을 망치다’라는 뜻도 있다고 명시됐다.
A씨가 참석한 모임에서는 일부 인원이 ‘떡을 치다’라는 관용구를 ‘남녀가 성교하다’라는 뜻으로 잘못 이해해 민망한 상황이 연출됐던 것으로 보인다.
사연을 접한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떡을 치다’라는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이가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요즘 사람들이 말을 얼마나 가볍게 변질시키는지 알 수 있다”거나 “사용자들이 갈수록 천박해지는데 한글이 위대하면 뭐 하나”라고 한탄했다. 어떤 이는 “이런 상황이 생길까 봐 ‘봇물 터지다’라는 말도 괜히 못 쓰겠다”고 첨언했다.
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이해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요즘 ‘떡 친다’는 표현이 일상에서 다른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되니까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몇몇은 “모를 수도 있는 것인데 ‘무식하다’는 식으로 무작정 비난하는 태도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A씨는 “‘무슨 저런 말을 하나’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고, 이걸로 농담해도 되나? 웃어도 되나? 이런 분위기였다”며 “떡을 친다는 말을 다들 알고 있는데 저희 모임이 워낙 상스러운 농담을 많이 해왔다”고 해명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한 카페 측이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일부 네티즌들이 오해해 불쾌감을 표하며 문해력 논란이 불거졌고, 한동안 사회적 이슈로까지 다뤄졌다. ‘심심(甚深)’이라는 단어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의미인데, 이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라는 뜻의 동음이의어로 오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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