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찰에 실종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혼자 사는 한 70대 여성이 연락이 안 된다며, 주민센터 직원이 신고한 겁니다.
일단 단순 실종으로 보고 70대 여성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경찰은 처음에는, 이 여성이 사별한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간 걸로 봤었는데요.
그런데, 70대 여성의 집 앞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한 뒤, 사건은 반전을 맞았습니다.
지난 10월 19일, 70대 여성 A 씨가 살던 서울 영등포구의 자택 앞 CCTV 영상입니다.
A 씨가 홀로 집으로 향하고 뒤이어 의붓아들인 40대 남성 B 씨가 뒤따라 집으로 들어갔다가 혼자 나옵니다.
그런데, 다음 날인 10월 20일, 이 CCTV에 수상한 장면들이 포착됐습니다.
A 씨의 행적은 전날 저녁 이후로 전혀 보이지 않는데, 의붓아들인 B 씨가 이날 다시 찾아와 커다란 빨간 고무통을 굴리면서 옮기고, 힘겹게 렌터카에 싣는 모습이 그대로 CCTV에 담긴 겁니다.
경찰은 실종된 A 씨를 찾으려고 의붓아들을 탐문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해 단순 실종에서 살인 사건으로 전환해 수사를 시작했는데, 이 CCTV가 B 씨를 살해 용의자로 특정한 결정적인 단서가 됐습니다.
이후 경찰이 B 씨가 고무통을 담은 렌터카의 트렁크를 조사한 결과 혈흔 반응을 발견할 수 있었고, 결국, 수원의 한 숙박업소에서 B 씨를 체포했습니다.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B 씨는, 20년간 키워준 의붓어머니를 살해하고, 경북 예천에 내려가 암매장했다며 범행을 자백했는데요.
B 씨가 이렇게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이유도 드러났는데, 의붓어머니와 친누나 앞으로 달마다 나오는 기초 연금 때문이었습니다.
의붓어머니 A 씨는 자신 앞으로 나오는 기초 연금과, B 씨의 누나의 장애인 연금 등, 매달 88만 원으로 생계를 꾸렸습니다.
올해 4월 실직하고 인터넷 방송 후원 등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2천만 원 가까운 빚을 진 B 씨가, 이런 기초 연금이 든 A
씨의 통장을 가져가려다 범행을 저지른 걸로 파악됐습니다.
B 씨는 범행 이후 이 통장에서 연금 165만 원을 인출해 사용한 걸로 조사됐습니다.
또, 과거에도 지속적으로 피해자 A 씨의 재산을 탐내온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A 씨의 임대 보증금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으려 했고, 또 범행 직전인 10월 초에는 'A 씨가 갑자기 사망할 경우 재산을 본인이 모두 상속한다'는 허위 유언장을 작성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지난 12일, B 씨는 강도 살인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