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와 다리에 외상이 발견된 백사자 수컷(왼쪽)과 부리가 잘린 코뿔새.
두 마리의 백사자 중 수컷 사자는 복부와 다리에 붉은 상처가 드러나 있었고,
걸을 때 왼쪽 다리를 절룩이는 모습을 보였다.
수의사회 의료봉사단 단장을 맡은 김정호 팀장은 “상처의 위치 등을 보면 스트레스로 인한 자해 흔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유황앵무 한 마리가 3.3㎡도 안 되는 공간을 쉴 새 없이 오가며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유리창 밖에 사람이 나타나면 행동은 더 심해졌다.
깃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털이 듬성듬성 빠져있었고,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는 듯 머리를 빠른 속도로 흔들었다.
전시장 내에는 횃대나 물그릇, 먹이통이 없었다.
엑스레이 촬영을 진행한 코뿔새는 부리 사이의 염증으로 내과 진료가 필요했다. 한쪽 눈을 실명한 올빼미도 안과 수의사의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질병 이외에도 동물들은 정형 행동(갇힌 동물이 목적 없이 맴돌거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나 위협 행동을 보였다.
새끼를 품에 안은 긴팔원숭이는 전시장 밖으로 사람이 나타나자, 나무 뒤로 숨거나 등을 돌려 새끼를 숨겼다.
동시에 수컷 원숭이는 유리창으로 날아와 세게 치면서 공격적인 행동을 반복했다.
지난해 5월부터 경영난으로 휴업하고 있는 이 동물원에는 현재 백사자, 사막여우, 긴팔원숭이, 대머리황새, 앵무 등 220여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수의사회 수의사들과 수의대생 봉사자들과 현장에 들어가자, 관리인 1명이 분주히 동물의 먹이를 챙기고 있었다.
관람객이 끊긴 실내는 전시장 내부 조명만 유지하고 있었다.
이날 함께 동물원을 찾은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현재 이곳은 임대료, 전기·수도요금을 제대로 못 내서 최소한의 전력만 공급받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동물원에 남은 220여 마리 동물들은 올해 안에 이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애라 대표는 “동물원 사업주가 내년 초 경북에 완공되는 한 법인의 동물원으로 동물들을 모두 기증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